꿈을 꾸는 자(4장~5장)
4장 – 깨어난 자들
도시의 그림자는 깊고도 길었다. 표면적으로는 완벽하게 정돈된 사회처럼 보였지만, 그 밑바닥에서는 무언가가 들끓고 있었다.
나는 뒷골목을 따라 걸었다. 네온사인이 어둠을 물들이는 곳, 감시 드론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 나는 본능적으로 이곳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을 찾아야 했다.
반정부 조직, ‘노코너(NoCorner).’
오래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존재였다. 드림스케이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인간이 스스로 꿈을 꾸는 능력을 잃어가는 동안, 몇몇 사람들은 이 변화를 ‘진보’가 아닌 ‘퇴보’라 여겼다. 그리고 그들은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사라져 가는 인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숨어들었다.
노코너의 존재는 철저히 은폐되었다. 그들의 흔적을 좇으려는 자들은 사라졌고, 그들의 이름을 입에 올린 자들은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존재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를 먼저 찾아왔기 때문이다.
5장 – 첫 번째 접촉
나는 멈춰 섰다.
지하도로 이어지는 철문 앞. 겉보기엔 폐쇄된 창고처럼 보였지만, 문에는 보이지 않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꿈을 꾸는 자여, 깨어나라."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 탁.
손이 닿는 순간,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새어 나왔다. 나는 한 걸음 내디뎠다.
안은 놀랍도록 조용했다. 희미한 불빛만이 벽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 찰칵.
목 뒤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움직이지 마.”
차가운 목소리. 나는 천천히 두 손을 들었다.
“누구냐.”
나는 숨을 골랐다.
“…나도 모른다.”
적막이 흘렀다. 그러다 상대는 낮게 웃었다.
“좋아, 패스워드는 통과.”
그 순간, 목 뒤에서 느껴지던 위협이 사라졌다.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나를 노려보고 있는 이는 한 명의 젊은 여성이었다. 짧게 자른 검은 머리,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팔뚝에 새겨진 문양.
나는 그것이 노코너의 상징이라는 것을 알았다.
“네가… 노코너인가?”
그녀는 나를 살펴보더니, 미소도 없이 대답했다.
“우리는 노코너가 아니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그녀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노코너는 한때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뭐…?”
“정부가 우리를 그렇게 부를 뿐이지. 우리가 부르는 우리의 이름은 다르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켰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벽에 그려진 거대한 문양을 볼 수 있었다.
어딘가 낯설지만, 동시에 익숙한…
아니, 꿈속에서 본 기호였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깨어난 자들(Awakeners)’**이라고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