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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자(프롤로그~3장)

ssudiver119 2025. 2. 6. 09:16

프롤로그
2097년, 인간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신경과학과 양자컴퓨팅 기술이 결합된 ‘드림스케이프(Dreamscape)’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직접 꿈을 꾸는 능력을 서서히 잃어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꿈을 선택하고 감상하는 방식으로 꿈을 경험한다. 행복한 추억을 되살리는 꿈, 미지의 행성을 여행하는 꿈, 영화 같은 모험을 펼치는 꿈까지. 꿈은 더 이상 무의식의 산물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가상 체험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꿈을 꾸었다.

아무도 꾸지 않는, 아무도 꾸어서는 안 되는 진짜 꿈을.

1장 – 꿈의 조각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스쳤지만, 머릿속은 아직도 어딘가 몽롱했다.

‘…방금, 나는 꿈을 꾼 건가?’

이해할 수 없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침대 옆에 있는 드림스케이프 단말기를 확인했다. 어젯밤 선택한 꿈은 ‘알프스의 설경 속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는 휴식의 꿈’이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나는 어둡고 거대한 숲을 헤매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했고, 나뭇가지들이 손처럼 뻗어 있었다.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아.’

드림스케이프의 꿈은 철저히 기록되고, 언제든 다시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방금 경험한 꿈은 시스템에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꿈?

그건 한 세대 전, 드림스케이프가 정착되기 전의 사람들이나 꾸던 것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미간을 짚었다. 이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2장 – 잊혀진 기억
“신경 피드백 이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최근 감상한 꿈 데이터를 확인하시겠습니까?”

드림스케이프의 인공지능이 차분한 목소리로 안내했다. 나는 서둘러 단말기를 조작했다. 분명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최근 감상한 꿈 기록]

2097년 2월 5일: 알프스의 설경 (시뮬레이션)
2097년 2월 4일: 우주 여행 체험 (시뮬레이션)
2097년 2월 3일: 없음
2097년 2월 2일: 없음

나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기록되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내가 꾼 꿈은 ‘가상의 꿈’이 아니라, 내 무의식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진짜 꿈이라는 것.

나는 침을 삼켰다. 자연스러운 꿈을 꾼 사람은 나뿐일까? 아니면… 나만이 유일한 예외일까?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정부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드림스케이프가 도입된 이후, 사람들은 점점 스스로 꿈을 꾸는 능력을 상실했다. 그것이 우연인지, 혹은 인위적인 개입 때문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금지된 것을 경험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단말기의 화면이 깜빡이며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경고: 무허가 신경 활동 감지됨]
[정부 감시국이 데이터를 검토 중입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단말기를 꺼버렸다.

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3장 – 꿈을 꾸는 자를 찾아서
나는 집을 빠져나왔다. 도시는 여전히 무미건조했다. 모든 것이 계산된 듯 정리된 풍경. 거리의 사람들은 표정 없이 걷고 있었고, 커다란 홀로그램 광고판에서는 최신 인기 꿈 광고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당신의 밤을 완벽하게! 드림스케이프 프리미엄 패키지 – 원하는 삶을 꿈꾸세요!”

나는 숨을 죽이며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나 말고도, 꿈을 꾸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리고 그들을 찾지 않으면, 나는 곧 사라질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