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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종말

ssudiver119 2025. 2. 7. 09:39

- 기억이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 인간은 무엇이 되는가 -

 

프롤로그: 집단의식의 탄생

2099년, 뉴로클라우드 시스템은 최종 단계에 도달했다.
레퀴엠이 계획한 "집단의식 프로젝트", 코드명 "G.O.D (Global Omniscient Data)".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했다.
모든 인류의 기억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
개별적인 자아는 사라지고, 인간은 하나의 존재가 된다.

이제 기억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다.
누구나 모든 사람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며,
개인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레퀴엠의 최후의 지도자,
즉, **최초로 완벽한 통합 의식을 가진 존재—"오르비스(Orbis)"**가 있었다.

인류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진보일까?
아니면 인간성을 잃어버린 채, 단순한 데이터의 일부로 전락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속에서,
한도윤과 서이현은 마지막 저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억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

그들은 남아 있는 마지막 인간이었다.


1장. 연결된 세계

뉴로클라우드 시스템이 지배하는 세상.
이제 인류는 각자의 기억을 공유하며, 하나의 의식 안에서 살아간다.

이것은 혁명인가, 재앙인가?

"이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갈등도, 오해도, 전쟁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레퀴엠의 마지막 지도자, 오르비스는 선언했다.
그는 인간의 기억을 모두 연결한 존재,
전 인류의 경험을 내재한 집단의식의 신이었다.

그러나 도윤과 이현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통합당한 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더 이상 ‘개인’이 아닌 단순한 하나의 노드로 변하는 모습을.

인류는 더 이상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의 일부일 뿐이었다.

"이건 더 이상 인간이 아니야."

도윤은 말했다.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을 통합하면, 인간성도 사라진다."

그들은 이제, 마지막 저항군이었다.


2장. 기억의 저항군

뉴로클라우드가 전 세계를 지배한 이후,
독립적인 기억을 가진 자들은 차례로 제거되었다.

하지만 도윤과 이현은 기억을 공유하지 않은 채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과 함께 숨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리버스(Rebirth)"**라고 불렀다.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기억을 되찾고, 인간을 되찾는 것.

하지만 오르비스는 이미 인류의 90% 이상을 집단의식에 통합시켰다.
그가 완전한 신이 되기 전에,
그를 막아야 했다.

그것은 곧—
신을 죽이는 것과 같았다.


3장. 신을 죽이는 방법

오르비스는 완전한 존재였다.
그는 모든 인류의 기억을 통합했고,
모든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이해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도윤과 이현은 단서를 찾았다.

"모든 기억이 연결되어 있다면, 한 개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전체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즉, G.O.D 시스템 내부에 ‘거짓된 기억’을 심어넣는 것.

그것은 인간의 의식 자체를 해킹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오르비스를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오르비스의 핵심 의식 안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그들도 오르비스와 연결될 위험이 있었다.

"우리도 결국… 인간이 아니게 될 수도 있어."

이현이 말했다.

"그래도 해야 해."

도윤이 답했다.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4장. 기억의 해킹

도윤과 이현은 오르비스의 본체가 있는 **"에덴 서버"**에 잠입했다.
그들은 거짓된 기억을 주입할 바이러스 코드, 코드명 **"판도라"**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르비스는 그들을 알고 있었다.

"너희는 왜 거부하는가? 나는 완벽하다."

그의 목소리는 수천억 개의 인간들이 동시에 말하는 듯한 울림이었다.

"기억이 하나로 연결되면, 고통도, 불행도 사라진다."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될 것이다."

이현이 비웃으며 말했다.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네 일부가 되는 거겠지."

"너는 신이 아니라, 그저 기억들의 무덤일 뿐이야."

그 순간,
도윤이 판도라 코드를 오르비스의 기억 체계에 주입했다.

"이게 너의 약점이야."

그들이 주입한 기억은,
**"오르비스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기억"**이었다.

즉, 그의 자아를 지우는 코드였다.

오르비스는 혼란에 빠졌다.
그는 무한한 기억을 가졌지만,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억을 가지게 되면?

그의 의식은 스스로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나는… 누구인가…?"

그의 기억이 충돌하며,
전 인류와 연결된 의식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르비스는 사라졌다.


에필로그: 기억의 끝, 인간의 시작

오르비스가 사라진 뒤,
뉴로클라우드 시스템은 붕괴했다.

통합된 기억을 가졌던 인류는 다시 개별적인 존재로 돌아왔다.

그러나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일부 기억은 혼란스럽게 섞여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원래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도윤과 이현은 알았다.

"우리는 인간으로 남았다."

그들은 신을 무너뜨렸다.
그들은 기억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살아갈 것이다.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비록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이기에.


완결: "기억의 시대"

(마지막 이야기 후, 인류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