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주파수
프롤로그
2097년,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삭제하고, 업로드하며, 교환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뉴로클라우드 시스템"—뇌 신경망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이 기술은 잊고 싶은 과거를 지울 자유와, 필요한 지식을 즉시 습득할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기술이 몰고 올 위험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1장. 잊혀진 기억, 되살아난 진실
기억 삭제 클리닉에서 일하는 한도윤(35)은 어느 날, 한 여성의 방문을 받는다.
그녀의 이름은 서이현(28). 긴장한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도윤은 그녀의 말을 의아하게 여겼다. 기억 이식 기술이 발전하긴 했지만, 허가 없이 타인의 기억이 다른 사람에게 주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어떤 기억이죠?"
"난 당신을 알아요. 그리고... 당신이 삭제한 기억도요."
순간 도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얼마 전, 개인적인 이유로 특정 기억을 삭제했다.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누구와 연관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지워진 기억.
그것이 이 낯선 여성의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돼..."
이현은 자신의 기억 속 장면을 묘사했다.
한 남자가 누군가를 죽였다.
그 현장을 바라보던 도윤의 얼굴이 분명하게 떠올랐다고.
"내가? 살인을?"
도윤은 당황했다. 절대 그럴 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묘사한 장소와 사건의 분위기는 익숙했다.
삭제한 기억 속에,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걸까?
2장. 기억을 쫓는 자들
도윤은 즉시 자신의 삭제 기록을 조회했지만, 서버에는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더 깊은 조사를 위해 기억 삭제 기술의 개발자인 이석진 박사를 찾아간다.
"삭제된 기억이 다른 사람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석진 박사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원래는 불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뉴로클라우드에는 알려지지 않은 결함이 있을 수도 있어요."
도윤은 이현과 함께 자신의 기억을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그들이 단서를 모을수록, 뉴로클라우드 시스템이 인간의 기억을 단순한 데이터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임을 알게 된다.
기억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감정, 경험, 그리고 자아의 핵심이 뒤섞인 복잡한 네트워크다.
그 네트워크가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변조되고 있다면?
도윤과 이현은 점점 더 위험한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3장. 기억의 공명
수사를 이어가던 중, 두 사람은 뉴로클라우드 시스템을 악용하는 비밀 조직 **"레퀴엠"**의 존재를 알아낸다.
이들은 특정 인물의 기억을 삭제한 후, 그 기억을 재구성하여 다른 사람에게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도윤의 삭제된 기억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그 조직의 실험 대상이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한 정보를 숨기기 위해 기억을 조작당한 것이었다.
"당신이 본 기억은… 나의 원래 기억이 아니야. 누군가가 조작한 거라고."
하지만 왜?
누가, 무엇을 숨기기 위해 그의 기억을 지운 것인가?
이현이 도윤의 삭제된 기억을 가지게 된 것은 단순한 사고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인가?
기억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인류의 정체성 자체를 뒤흔들 비밀이 기다리고 있었다.
에필로그. 기억과 인간
기억을 지우고, 교환하고, 조작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우리가 진짜 ‘나’라고 믿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도윤은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며 깨닫는다.
기억이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공명하는 주파수와도 같다.
누군가의 지워진 기억이 다른 누군가의 정신에 스며들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기억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도윤과 이현은 기억이란 결국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은 선택해야 한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지울 것인가.
후속 이야기: "기억의 경계"
(속편 예고: 도윤과 이현이 기억 조작 기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선택한 길,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거대한 세력과의 충돌)